[작품소개] 십장생도
 

[작품소개] 십장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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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도는 무엇일까?

인류의 오랜 염원 중 하나인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으로 다양한 장생물이 한 화면에 담겨 있다. 기원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나 10개 안팎의 소재로 나타낸 것은 한국 고유의 창안으로 한두 가지 소재를 묘사한 장생도도 존재한다.

십장생도의 기록은 고려 말 이색의 세화십장생, 조선 전기 성현의 수사세화십장생 두 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고려 말에 십장생의 기본 도상이 궁중에서 세화의 풍습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7가지 장생물은 동일하고 3가지에서 차이가 나는데 시대에서 요구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면 지금부터 장생물에 관해서 이야기하겠다.

 

① 태양

해는 단독으로 표현되거나 달과 같이 나타나는데 후자의 경우 일월오봉도를 제외하면 드문 도상이다.

음양의 논리에서 보면 태양은 양의 주인이자 남성, 왕권, 절대적 권능을 상징함과 동시에 만물의 상징이자 근원으로 완전하고 영원한 영생의 상징이다.

해는 구름에 감싸져 있는 형태, 원형으로 떠 있는 형태,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욱일의 형태로 나타난다.  

 

 

왼쪽부터 [십장생도, 남가람백물관, 회화1 461] [십장생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창덕6447], [십장생도 병풍]

② 구름

구름은 하늘과 땅 사이 신물이자 도교에서는 신선들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구름이 복운과 비슷해 운을 의미하기도 하나 궁중에서는 상서로운 조짐이나 장수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다. 다섯 가지 색을 가지면 경운, 세 가지 색을 율운으로 칭했다.

엷게 백문으로 칠하고 윤곽선으로만 형태를 잡은 구름, 오색구름으로 표현하고 흰 선으로 덧선을 그어 입체감을 부여한 구름, 영지버섯과 비슷한 모양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③  산

산은 우주 만물의 근원적 질서로 하늘을 향한 수직성으로 인해 숭천, 태양숭배 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동양에서는 오악 숭배의 대상이며 구름에 감싸 멀리 있는 산 뒤는 신선들의 세계로 문인의 이상향이자 영원의 상징으로 비쳤다.

 

④  돌

영원불멸의 상징으로 군자의 기세를 가지고 불변성을 상징한다.

 

⑤  태점

산과 돌이 있는 곳에는 태점인 이끼가 있다. 산에 생기를 넣고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먹으로 윤곽을 잡고 안을 초록색으로 메웠으나 17c가 되면 가장자리를 따라 흰색 구슬점을 돌린 형태, 19c가 되면 x자 형태가 등장한다.

십장생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창덕6447 출처:e뮤지엄

⑥  물

물은 세계의 원천이자 만상의 근원으로 장수와 함께 풍요로운 생산성과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궁중화에서는 동적인 형태와 정적인 형태로 구분되는데 장생도에서는 동적인 형태인 계류, 폭포, 수파, 원파 등의 형태로 묘사된다.

⑦  학

조류의 우두머리로 일품조로 칭했고, 고고한 인품을 지닌 군자의 기풍을 닮아 선비를 학에 비유하기도 하며 선계의 신선들이 타는 이동수단이자 벗이다. 

다양한 도상이 있는데 복숭아꽃을 물고 있는 학헌반도, 두 마리 학이 마주 보고 춤추는 쌍학대무, 불로초를 물고 있는 함화조문, 소나무와 학이 있는 송학문 등으로 주로 장생을 의미하는 대상과 같이 나온다.

또한 선금이라고 하여 입신양명의 상징이자 새끼를 탄생하는 전설과 백년해로의 의미인 부부금실, 다산기자의 뜻도 있다. 

왼쪽부터 [십장생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창덕6447 출처:e뮤지엄], [필자미상 십장생도병풍, 국립중앙박물관, 덕수5827 출처:e뮤지엄], [십장생도 병풍 출처: 오리건대학교 조던슈니처박물관]

 

⑧  사슴

신선들이 타고 다니는 영물인 사슴은 뿔이 떨어지고 재생되는 특성상 장수, 재생, 영생을 상징한다.

주로 한 쌍으로 표현되고 불로초를 보고 있거나 물고 있는 모습 혹은 물을 마시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선은 목에서부터 꼬리가 이어지는 등줄기를 흰색, 검정을 번갈아 가며 표현하고 귀는 깔때기 모양에 안쪽 살결을 표시했다.

또한 눈 밑 샘을 강조하기 위해 붉게 칠했고, 다문 입 끝을 붉은색으로 마무리했다. 

왼쪽부터 [십장생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창덕6447 출처:e뮤지엄], [필자미상 십장생도병풍, 국립중앙박물관, 덕수5827 출처:e뮤지엄]

 

⑨ 거북

신령스러운 동물로 등껍질은 하늘, 배는 땅을 뜻해 우주의 축소판이자 산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용되었다.

노인의 축원과 관련한 그림에 항상 포함되어 있고 건축을 비롯한 각종 생활 공예품 등 다양한 곳에서 즐겨 사용되었다.

그림에서는 한 쌍의 수파, 원파 위에서 놀거나 바위 위에서 서기를 뿝는 형태로 나타난다.

십장생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창덕6447 출처:e뮤지엄

 

⑩ 소나무

상록수로 사계절 내내 푸름을 잃지 않아 장수,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다. 

단독으로 그려지거나 바위, 학, 사슴 등과 함께 등장한다.

문인화와 궁중화 두 곳에서 자주 그려졌는데 궁중화에선 장식성이 강하고 과장되어 있다. 특히 19c 이후 명암을 가미해 덩어리 형태의 입체감으로 표현되었고 수간은 19c 후반이 되면 적색이 된다. 솔잎은 초기와 중기에는 차륜법을 사용하다가 18c 이후 반차륜법을 사용한다. 

⑪ 대나무

불변을 상징하고 군자의 곧은 절개를 의미한다. 

전통혼례식에서 소나무와 대나무가 꼽힌 꽃병을 남쪽에 두는데 무병장수, 다산기자의 의미이다. 

십장생도에 항상 등장하지만, 바위 뒤의 영지와 함께 그려졌다. 윤곽을 하고 안을 초록색으로 설채하고 4개~6개의 길고 짧은 댓잎을 중앙에 비워두고 방사형으로 뻗은 형태이다. 

⑫  영지

불로초라 불리며 불로장생의 영약이자 신선계의 대표적 식물이다.

다양한 색상으로 존재하는데 주로 붉은색이 많으며 단독 그림보다 장생물과 함께 그려진 예가 많다.

버섯의 형태로 인해 땅, 바위에 많이 그려진다. 

십장생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창덕6447 출처:e뮤지엄

 

⑬  복숭아

영지와 함께 불로장생을 의미하며 꽃과 복숭아가 달린 형태로 그려지다가 형식화가 진행되면서 꽃이 줄어든다.

또한 갸름하게 그려지던 이파리가 통통해지고 표면의 묽은 점이 뚜렷해지거나 패턴으로 새겨진다. 

현존 십장생도는 후기, 말기의 작품들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궁중 장식화가 그렇듯 화원의 이름, 낙관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편년을 나누는 데 어려움이 많다.

크게 3가지 형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중 오리온 대학교 소장 십장생도는 확실한 편년을 제공해 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형식: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십장생도 병풍

필자미상 십장생도병풍, 국립중앙박물관, 덕수5827 출처:e뮤지엄

물결, 나무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지 않아 2첩 이상이 결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면은 크게 좌측의 물가와 우측의 육지로 나눌수있다. 경계는 뚜렷하게 나뉘어 있고,

배치된 장생물은 다양한 자세로 배치되어있다.

다른 작품과 다르게 흰색 사슴인 백록과 백학으로 표현되어 있고 물에 표현된 수파묘와 물결로 인해 율동감이 나타난다.

또한 복숭아가 하단에 살짝 그려진 점도 특이하다.

이 외에도 소나무의 윤곽선을 진한 먹선으로 표현하고 갈색으로 나타냈고 대나무를 구륵진채법으로 그렸다. 

 

2형식: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십장생도 병풍

십장생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창덕6447 출처:e뮤지엄

1형식과 다르게 육지 면적이 확대되고 중앙에 사슴이 돌아다니는 산림을 포치시키고 왼쪽에는 수면, 오른쪽에는 폭포와 계곡이 있는 구도이다. 도식화와 형식화가 이전 단계보다 진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먼저 색채가 화려해지고 진해졌다. 왼쪽 거북이 있는 물가가 축소되고 개울을 따라 서양화의 원근법이 적용되었다. 학은 백학, 청학, 황학 등 다양한 색상이 나타나고 흰 사슴이 없어졌다. 또한 복숭아나무가 양 끝에 크게 표현되기 시작했고 소나무는 적갈색 수간이 그려졌다. 2형식은 작품마다 물, 육지, 하늘의 비중이 조금씩 다른데 주로 궁궐 벽장문에 많이 사용되었다. 

 

 3형식: 미국 오리건대학교 소장품 십장생도

십장생도 병풍 출처: 오리건대학교 조던슈니처박물관

2첩에 관직과 이름이 기록된 좌목이 있는데 이를 통해 제작 배경과 만들어진 연도를 알 수 있다.

1879년 왕세자였던 순종(당시에는 이척)이 천연두에 걸렸을 때 진료에 참여한 의원들이 왕세자의 천연두 회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왕세자두후평복진하계병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어 양식 비교와 연대 추정에 기준작이 된다.

구도는 2형식과 크게 차이가 없으나 전체적으로 축약, 변형이 되어 있다.

근경에 언덕과 소나무, 길이 포치되어 있고 중경은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수면을 배치했다. 원경은 산과 오색구름이 가득한 하늘, 해는 완전한 원형에 붉은색으로 둘레에 금색 선으로 테를 둘렀다. 태양 아래 학이 있고 바위 위 학은 영지를 보고 있다. 

가장 늦은 형식답게 장생물이 병렬적이고, 좌우대칭에 가깝게 배치되어 평면적 형태를 보인다.